Tuesday, January 07, 2025
Saturday, July 13, 2024
눈먼 자들의 도시 - José Saramago
적나라하다.
모두 갑자기 눈이 멀어 아무데나 똥을 싸는--쌀 수 밖에 없는--상황에서 겨우 화장실이라는 곳을 찾았지만 휴지를 찾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 기척에 결국 엉겹결에 똥이 묻은 바지를 올려버리고 느끼는 수치심. 그리고 그 수치심이 다른(눈 뜬) 세계의 기준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절망감. 어떠한 지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느 배고픔이라는 원초적 한계.
전염병으로 도시의--"세상의" 라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듯--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다는 가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이후 전개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는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우리의 DNA 저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타인의 고통은 참을 수 있다"는 이기주의와,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마치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로 여러 사람 앞에 까발려지는 느낌.
제목의 "눈먼 자들"라는 표현에서부터 이 소설은 온통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때문에 이 소설은 독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든다. 수용소 안에서의 많은 이들이 "눈먼 짐승"으로 변해가는 끔찍한 상황에 주목하여 인간본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고, 책 마지막 부분에 의사 아내가 말하는 "눈이 멀다"라는 것과 "보지 못한다"는 의미 차이에 주목하여 우리가 당연히 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치관과 신념--종교적인 것을 포함해서--에 대한 의심과 회의라는 주제로도 읽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盲目"이라는 한자단어가 연상된다. 어찌 되었건 읽고 나서 마음과 머리가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지 않는다. 의사, 의사의 부인,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검은 안대를 한 늙은 사람, 사팔뜨기 소년 등등. 그리고 그 중 의사 부부와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 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사 자신이 눈이 멀기 전 진료를 했던 사람들로 눈이 멀기 전에 이미 조금씩 눈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색안경이 유혹적인 신비감을 주며 남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신념으로 검은 색안경을 쓰고 다니는 여자는 결막염을, 한 쪽 눈이 없어 검은 안대를 한 늙은 남자는 나머지 한쪽 눈에 백내장을, 사팔뜨기 소년은 말 그대로이다.
각 인물별로 작가가 의도했던 은유나 상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은 묘하게도 현대사회의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를 연상시킨다. 수용소에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와 뉴스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도 그렇고, 전달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도 그렇고... 추상적 의미로 확대해 "정보"나 "지식"을 은유한다고 해도 그럴 듯하다. 반면에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에게서는 "예술"이 연상된다. 뉴스보다는 음악을 듣기를 원하며, 엄마를 잃은 사팔뜨기 소년을 달래고 보살핀다. 그리고 가끔 아주 심오한 말을 하기도 한다. 뭐, 전적으로 개인적인 느낌이니...
색안경이 되었건 안대가 되었건, 한쪽 눈만이든 두 눈 모두이든, 검은 색으로 눈을 가리고 다니는 백색실명자 두 사람과, 작가가 그나마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현조차 부여하지 않은--아마도 작가 자신일까? 이 것도 작가의 의도일 테지만-- "그냥 눈먼 사람"의 대화내용을 아래에 발췌해 적는 것으로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작가의 스타일대로 쉼표와 마침표외에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았고, 문단도 나누지 않았다. 물음표 정도는 사용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By june3474 at July 13, 2024 Labels: 내가 읽은 책
Sunday, June 30, 2024
초례봉
초례봉에 갔다 와서 정강이에 풀독이 올랐다. 반바지를 입고 간 덕분(?)이다.중간에 20분 넘게 걸었던, 적막한 임도에서 만난 소나기가 좋았다.
안심역에 있는 "초례봉예서 초례를 올리면 백년해로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거짓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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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본 초례봉, 가운데 저 흉물스러운~ | 초례봉에서 본 숙소(?) |
By june3474 at June 30, 2024 Labels: 신변잡기
Saturday, May 25, 2024
Wednesday, May 15, 2024
2024년 부처님 오신날
TV에서는 산사의 평화로운 일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과 중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세상 또 다른 어디서엔가 아직도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뜬금없이 웬 위선일까?
By june3474 at May 15, 2024 Labels: 신변잡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