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2월 11, 2006

록키 여행기 2 - 2004. 6. 16. (수)

어 제 늦게 출발했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몰랑몰랑한 베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 6시쯤에 눈이 떠져(이건 늦잠꾸러기 민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실로 경천동지할만한 일이지요. 아빠하고 민지가 아침 6시에 일어나다니요!)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고 먹을 물이랑 중간에 먹을 창언이랑 민지 과자도 사고해서 캠룹스를 출발한 게 약 7시 30분 쯤.

다 행히 묵었던 여관에서 공짜로 얼음을 퍼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어 얼음 값 약 1.5불 정도는 세이브했지만 방 열쇠를 돌려주려고 착실하게(?) 새벽에 두 번 씩이나 벨을 누르고 한참 뒤에야 눈 비비고 나오는 애에게(여관 주인인 애 아버지는 아마 자고 있었던 모양) ‘You can just leave the keys in the room'라는 소리를 듣고 민망.

어제 길은 잘못 들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아내는 부쩍 지도보는 일에 신경을 썼고 그 덕분인지 오늘은 아무런 불상사 없이 재스퍼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캠룹스에서 재스퍼까지 길은 어제에 비하면 너무 좋았고 우리나라에서 갈고 닦은 운전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평균 120~130Km/h 정도는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록 키 마운틴스로 접어들기 전에 Terry Fox Mountain 휴게소에서 바람 부는 점심을 먹고 다시 달리기를 계속, 드디어 1시 30분쯤에 재스퍼에 입성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BC주와 AB주는 1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것(그래서 사실은 우리가족이 재스퍼에 도착한 게 1시 반이 아니라 여기 시간으로 2시 반이었던 것)

미 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던 민박집에 짐을 부려 놓고 Maligne Canyon을 거쳐 Annette Lake를 둘러보았다. Maligne Canyon은 남자 편(창언이와 나)과 여자 편(아내와 민지)의 의견이 엇갈린 곳이었지만 Annette Lake는 완벽하다는 데 양 팀 모두 이견이 없었다. 노란 야생화가 핀 잔디밭과 모래밭, 푸르게 반짝이는 호수, 그리고 그 호수를 둘러싼 키 큰 Ceder 소나무와 눈 덮인 산 봉우리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그야 말로 어느 한 가지 빠진 데가 없는 호수였다. 내가 보기에도 말 그대로 달력 그림 한 장을 연상시키는 호수였다.

Lake Annette

Annette 호수


거기서 조금 떨어진 Jasper Park Lodge(말은 Lodge이지만 우리나라의 한화콘도와 신라호텔을 짬뽕한 정도의 수준의 호텔+콘도)를 부러움 섞인 맘으로 둘러보고 다시 재스퍼 시내로 돌아와 ‘김치 하우스’라는 한국 식당에서 아내는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갈비를, 그리고 나는 소주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귀환.

저 녁에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서, 주변의 아직 인터넷에 올라와 있지 않은 수 많은 민박집들, 그렇지만 지금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들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가진 집들을 보면서 뜬금없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그리고 인터넷 다음의 네트워크가 가져올 세상을 잠깐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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