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9월 22, 2008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간만에 읽은 맑은 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을 수 시간은 출퇴근 전철에서인데, 작가의 솔직하면서도 고집스러울 정도로 꼿꼿한 역사관에 대한 글들을 읽을 때면 이런 글을 이렇게 읽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죄스런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漢字표현들도 책을 다읽어 갈 쯤에는 참 멋스럽게 보여 한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작가의 사색은 읽지 못하고 겉멋만 들어버린 모양입니다.

증오는 사랑의 방법 이라는 글 중에서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와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제 블로그 제목과 뜻이 통하는 것 같아 조금 인용을 해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치 "한겨울 차가운 냇물에 발을 담근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도 첨언합니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러면 마을의 모든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마을의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을의 不善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

...
불편부당이나 중립을 흔히 높은 덕목으로 치기도 하지만, 바깥 사회와 같은 복잡한 정치적 장치 속에서가 아니라 지극히 단순화된 징역모델에서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싸울 때의 '중립'이란 실은 중립이 아니라 기회주의보다 더 교묘한 편당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으려는 심리적 충동도, 실은 반대편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심약함'이 아니면, 아무에게나 영합하려는 '화냥끼'가 아니면, 소년들이 갖는 한낱 '감상적 이상주의'에 불과한 것이라 해야 합니다.

얼마전 신문에서 경찰청에서 저자인 신영복 교수의 글씨를 전시하는 행사를 계획했다가 전력때문에 취소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이다. 아직도 우리는 서예작품에조차 작가의 사상을 연결해야하는 감옥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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