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 D-데이.
아침부터 들뜬 기분으로 온 가족이 때 빼고 광내고 부산을 떠는데 우리 남편은 뭘 하는지 나는 짐 챙기고 아이들 씻기고 집안정리하며 정신이 하나 없는데 출발 1시간 전 까지도 뭘 하는지 컴퓨터만 붙들고 앉아 있는 우리 남편 때문에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배의 보딩시간이 2시부터 인지라 먼저 가서 둘러볼 생각으로 발렌타인(Ballantyne) 선착장에 1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 것 저 것 체크 인 절차를 거쳐 거의 5 시가 되어서야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당연히 원래 스케쥴이었던 5시 출발은 공염불, 정작 밴쿠버를 떠난 것은 대강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정찬 식당에 앉은 후인 6시 쯤. 미국 세관을 통과하면서 (알래스카는 미국이기 때문에 크루즈 배에 오르는 절차 자체가 아마도 미국 영토에 들어가는 것으로 간주되는 듯 했다) 힘없는 나라의 설움을 느껴야 했다. 우리가 먼저 터미널에 체크인 수속을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미국인과 캐나다인들보다 몇 시간 더 기다리고 나서야 죄인처럼(?) 지문과 사진을 찍고 승선할 수 있었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녁을 먹고 배를 둘러보았는데 마치 최고급 호텔이 바다 위에 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우리나라의 1급 호텔 보다 나은 듯 했다. 카지노, 대형 극장, 스포츠 센타, 야외 핫탑과 수영장, 솔라리움, 각자 특색있는 많은 바들과 레스토랑, 클럽 등등...... 우리가 예약한 방은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 방인데 침대에 누워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이게 정말 꿈인가 현실인가 싶다.
하여간 첫날은 처음으로 격식을 갖춘 외국 식당에서 코스 요리로 식사를 하고
대충 배안의 다른 시설을 둘러 본 후 맥주를 한잔하고 객실로 들어와 오늘 일과를 접음.
참, 남편이 첫날부터 지갑을 잊어버렸다. 다행히 다시 찾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음. 이걸 두고 두고 기억해서 덜렁대는 우리 남편 바가지 좀 긁어볼까?
----------------------------
남편 추가함
오늘로 장장 금연 10일 째인데, 맥주 한 잔에 밖의 밤 바다를 보고 있자니 담배 생각이 간절... 참아야 하느니라. 7분만 참으면, 지금 이 7분만 참으면...
아무리 호화 유람선이라 해도 아직까지 선상에서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 아마도 위성을 써야 하기 때문일 텐데, 아까 인터넷 라운지에서 언뜻 본 가격이 분당 미국달러로 50센트.. 언젠가는, 그렇게 멀지 않은 언젠가는 아주 구석기 시대 이야기가 되겠지.
지갑 잊어먹은 일은 정말로 용궁갔다 온 기분 :-)
다행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발코니에서 바라본 바다의 초승달
0
Comment:
최근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