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2월 05, 2007

빈곤의 세계화


핑계이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책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든다. 그나마 읽게 되는 책이 거의 컴퓨터 책에 국한되어 가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던 참에, 마침 남미쪽 경제에 관해서 공부를 해야 할 일이 생겨 경제관련 책을 몇 권 보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현재 오타와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Michel Chossdovsky라는 사람이 쓴 “빈곤의 세계화 (The Globalization of Poverty: Impacts of IMF and World Bank Reforms)”라는 책이다. 주요내용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그 첨병으로서 IMF와 WB를 비판하는 내용인데, 국내 발간 년도를 보니 1997년이다. 1997년이라면 우리나라가 한참 IMF경제 위기로 고통받던 때. 당시 매일 신문지상을 채웠던 구조조정, 홈리스, 그리고 자살과 같이 절망스러웠던 기억들... 우리는 너무 빨리 잊는다.

Chossdovsky교수는 현재의 양극화 현상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 축적 과정이라고 본다. 과잉생산으로 더 큰 소비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국제 거대기업들은 금융자본의 힘을 배경으로 차관과 외채상환을 앞세워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무력화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러한 나라들에서 오히려 빈곤을 확산 내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IMF와 WB가 있다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 그들의 관심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아니라 거대자본의 시장을 확대하고 이미 투자된 자본을 어떻게 확실히 상환 받는가에 있다는것이다.

Chossdovsky교수는 이책의 전반부에서 흔히 IMF에서 차관융자시 제시하는 여러가지 조건들과 이러한 조건들이 어떠한 연쇄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지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아프리카나 남미 몇개국의 실례를 들어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IMF가 차관 제공시 차관수원국에 요구하는 단골 요구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1. 긴축재정과 공공부문의 개혁
  2. 시장 개방 - 특히 금융권을 비롯한 자본시장
  3. 통화 평가절하
  4. 국영기업의 민영화
  5.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 등이다.
정확히 우리나가가 1997년에 요구 받았던 내용과 일치한다. 그 이름도 이상했던 깡드시라는 인간 생각나네... 아래에 이러한 요구조건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 간단히 요약해 본다.

1) 긴축재정과 공공부문의 개혁
많은 공공서비스들이 축소되고 효율성 증대라는 명목하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공공부문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대량 구조조정이 발생한다. 고비용에 단기간에 그 수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국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중단되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발전 기회는 박탈된다. 늘어나는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역시 제한되어 기존에 정부가 하던 역할을 (외국) 자본의 영향을 받는 NGO가 대신하게 됨으로써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심화된다. 비용과 투자 감소로 절약되는 돈은 IMF로부터 받은 외채 상환에 쓰이게 된다.

2) 시장개방 – 특히 금융권을 비롯한 자본시장
외국 거대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과 비교 경쟁력이 우위인 국가로부터의 저가 상품 수입은 필연적으로 자본과 기술력에서 열악한 국내 중소기업의 도산을 가져오고 실업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실업률의 증가는 다시 국내 구매력의 감소를 가져와 국내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단기간의 이익에 민감한 변덕스러운 외국자본은 국내 경제의 기반을 취약하게 하고, 국내산업은 상대적으로 외국과의 경쟁력에서 우위인 상품생산에 집중되어 기존에 자체 생산하던 일부 생필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사태도 발생함으로써 빈민층의 생활 수준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실제 소말리아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국내 목축업이 붕괴하였고 일시적으로 국가 전체의 GDP는 늘어났으나 기아에 고통받는 국민의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3) 통화 평가절하
외부에 의해 강제된 통화 평가절하는 물가 폭등을 가져온다. 또한 인건비 감소로 가계의 실질 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 달러로 환산된 실질임금의 감소는 단기적으로 수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달러로 환산된) 정부 지출의 감소분과 함께 외채상환 가용 자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4) 국영기업의 민영화
국영기업을 민영화하여 생긴 자금은 외채 상환에 쓰이게 되며 그 대가로 국내 기간산업은 외국자본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는 국가의 자산감소 뿐 아니라 주요 자원활용에 대한 국가의 정책능력을 상실을 의미한다.

5) 중앙은행의 독립
중앙은행의 독립은 국가로부터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들으면 바람직하게 들리는 이말은 다시 생각하면 중앙은행이 시장자본 또는 IMF의 통제를 받는 다는 것을 뜻하며 국가로서는 주요한 경제정책 수단중의 하나인 통화 정책의 상실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국내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쓸 수 없게 되어 자본조달을 위하여 외채에 더욱 종속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쓰고 보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더 양극화 되고 점점 더 살기 어려워 질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학습을 거친 우리나라의 자본은 베트남과 같은 나라에서 배운 것을 시험하고 있는것 같다. 살아남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는 건지...
"세계화"라는 말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말로 단순화 되기에는 그 결과가 감당하기에 너무 고통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FTA협상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우리가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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