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보자면...
제목은 통속적인 느낌인데다 디자인은 산만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정말 마법처럼 놀랍고 아름답습니다. 자고로 표지로 책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우리 말로 쓰고 보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한 때 유행했던 광고의 카피 한 구절을 덧붙여--단언컨데 "beautiful" 입니다. 창언이에게 올 여름방학 동안에 꼭 읽어 봤으면 하고 추천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은 ‘파노의 평면’과 해밍 코드 관련 부분이었습니다. 전산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하학과 이진수의 연결은 진심으로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다시 한 번 "단언컨데, 비우~ 티풀!"입니다. 몇년 전 일 땜에 폴란드에 출장을--뭐, 세미나 비슷한 거---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거기서 만난 나이 든 참가자 분이 자신은 수학자라고 소개하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이유를 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전산 관련해서는 그 외에도 유명한 “traveling salesman’s problem” 이야기도 “조합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 이론과 함께 등장합니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루즈벨트의 연설문과 이에 대한 작가의 반론도 좋습니다. 아래에 나름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을 옮깁니다. 혹시나 노파심에 "인상깊었다는 말과 동의한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라는 점을 첨언합니다.
공항에 일찍 나가는데 비용이 들듯이, 낭비를 없애는데도 비용이 든다. 규칙을 준수하고 늘 경계하는 것은 가치있는 목표이지만, 모든 낭비를 없애려는 것은 비행기를 놓칠 가능성을 깡그리 없애려고 하는 것처럼 편익을 상회하는 비용이 따르는 일이다.
그런 대상들은 제대로 정의 되어야 하고, 일단 정의되었다면 그것은 나무나 물고기만큼이나 환각적이지 않은 것이 된다. 그 것들을 그냥 그 것들이다. ‧‧‧ 직관은 논리가 만들어 둔 좁은 통로를 통해 흘러들 때 훨씬 더 강화된다.
그런 대상들은 제대로 정의 되어야 하고, 일단 정의되었다면 그것은 나무나 물고기만큼이나 환각적이지 않은 것이 된다. 그 것들을 그냥 그 것들이다. ‧‧‧ 직관은 논리가 만들어 둔 좁은 통로를 통해 흘러들 때 훨씬 더 강화된다.
수학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의 능력과 지식이 놀랍고도 부럽습니다. 약력을 보니 조던 엘런버그는 현재 위스콘신 주립대 수학 교수로, 9살에 대학과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소설작법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소설도 1권 출간한 경력이 있다고 하니... 소위 “천재”라는 영역에 속하는 인간인 듯!
[여담]
책 표지가 책의 내용과 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단순하고 깔끔함을 추구하는 "수학적 증명"의 이미지와는 어째 좀...-- Amazon에서 원작의 표지를 찾아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작의 표지는 훨씬 간명하네요. 새로운 표지를 디자인하는데 수고했을 디자이너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원작의 표지를 그대로 썼으면 더 좋았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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