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은 새벽 2시, 그리고 저는 30분 쯤 후에 잠이 깼습니다. 서울 시간으로는 9시 반. ‘습관’의 완고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민지는 잘 잤습니다. 몇 년 전부터 미리 스위스 시차(8시간)에 맞추어 적응 훈련을 해온 보람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리예르(Gruyère)라는 작은 마을의 치즈공장에 들렀다가 레만(Léman) 호수 인근의 몽트뢰(Montreux)를 거쳐 로이커바트(Leukerbad)라는 산 속 마을에서 숙박하는 일정.
8시에 출발해서 약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그리예르에 도착했지만… 치즈 공장은 정말 “꽝”이었습니다. 틀림없이 여행사에서 비용을 맞추기 위해 끼워 넣은 일정일 겁니다. 그나마 그리예르를 떠나기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리예르 성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그리예르 성은 아주 작은 성이었지만지금까지 유럽 성을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우리 가족에게는 돌을 박아넣은 바닥이나 고풍스러운 가구와 장식 하나하나가 참 흥미롭고 이국적인 볼 거리였습니다. 비록 성 내부 관람이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입장료를 내야 했고, 가이드가 이런 내용을 전혀 말해주지 않아 같이 간 여행 팀 중 성 내부 구경을 한 건 우리 가족 뿐이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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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예르 성(출처: 인터넷) | 기사(?) 식당(출처: 인터넷) |
몽트뢰에 들어가기 전에 쉐브레(Chexbres)라는 동네에 들러 레만호와 주위의 포도밭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부랴 부랴 다시 출발. 이 동네가 속한 라보(Lavaux)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호수와 포도밭 배경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진만 찍고 이동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패키지 여행의 한계라고만 핑계를 대보지만 참 씁쓸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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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만호와 포도밭, 뭐 경치는 쥑입니다 |
쉐브레을 떠나 몽트뢰에 들어가기 직전 시옹성/실롱성(Château de Chillon)에 들러서는 씁쓸함을 넘어 화가 치미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시옹성 내부 관람 역시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번에는 그리예르에서처럼 자비로 관람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이런 사정을 미리 알려주고 자비로라도 성 내부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옆의 중국 관광팀은 웃으면서 들어가는 데… 물론 가이드 잘못만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수박 겉 핧기 식으로 일정을 짜고 운영하는 건 너무 싸구려 티가 나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다행히 마지막 일정인 로이커바트(Leukerbad)는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해발 1,400m가 넘는 고지 위에 동네 전체가 엄청난 크기의 암벽들로 둘러 싸여서 “고개 들면 하늘만 빼꼼히 보인다”는 표현이 너무나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아내와 민지가 온천을 가 있는 동안 동네를 잠깐 돌아보았는데 구름 걸린 산과 그 아래 스위스의 아름다운 집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온천 덕분인지 산골동네답지 않게 관광객도 꽤 있었고요. 아내와 민지 말에 의하면 온천에서도 암벽으로 둘러쌓인 전망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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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아내는 내일 있을 체르마트 여행에 대비해 밤 늦게까지 짐을 나누느라 혼자 고생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민지는 곰돌이를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한다고 고집. 저는 맥주 먹고 바로 시차적응...미안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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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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