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1, 2014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Jared Diamond

누구나 한번쯤은 TV에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대한 기부를 권유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왜 아프리카는 저렇게 가난한 걸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대답에 관한 책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지난 1만 3천 년 동안 복잡한 인간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이 각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된 이유"를 밝히고자한 책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흥미로은 책이다.

그럼 왜 아프리카는 왜 그렇게 빈곤한 걸까? 왜 유럽이 아니고 아프리카인가? 왜 아메리카는 유럽을 식민지화 하지 못하고 유럽이 아메리카를 식민지화 할 수 있었는가? 과학기술의 차이, 군사력의 차이라면 그런 차이를 가져온 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아프리카인이 유럽인들보다 열등해서 그런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책 제목에 나오는 총도 아니고 균도 아니고 쇠도 아니다. 바로 "식량 생산(농업)" 이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1차 산업혁명".

독후감에 책의 내용을 요약해 넣는 것은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저자의 이론에 따르면 식량생산 전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생산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먹거리를 찾는데 급급했고, 일정한 지역에서 먹거리를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따라서 잉여식량이나 계급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기원전 약 8,500년전에 서남아시아의 소위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식량생산, 즉 야생 동식물의 가축화/작물화는 인간의 생활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식량생산 초기에는 생산성이 수렵채집보다 낮았겠지만 어느 순간 식량생산이 수렵채집보다 동등이상의 생산성을 가지게 되었고, 차츰 많은 사람들이 수렵채집자에서 식량생산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식량생산은 필연적으로 기존 이주형 생활형태를 정주형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농경에 유리한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잉여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직접적으로 식량생산에 종사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여러 전문가(직업)이 생겨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충돌을 중재하는 정치집단도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겨난 전문가와 정치집단으로 인해 농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의 기술 발달과 보다 조직적이고 분업화된--요즘 말로는 소위 효율적인--사회구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결국 사회 발전(?)을 촉진한 것은 잉여 식량과 이에 따른 잉여인력이라는 말이다.

한편 야생동물의 가축화는 농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였지만, 전에는 가축에만 감염되던 여러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감염되는 역기능을 가져왔다. 바이러스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을 새로운 숙주로 사용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는 다시 진화한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면역기능을 발달 시키게 된다. 즉 인간 역시 수세기에 걸쳐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농경민이 주변의 수렵채집자에 비해 많은 인구와 전문가--잉여식량으로 생활하는 군인도 전문가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월한 기술과 병원균에 대한 내성, 마지막으로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게 되면 그 이후 전개과정은 뻔하다. 농경민이 적극적으로 주변 세력을 쫓아내거나 혹은 주변 세력이 내성을 갖추진 못한 균에 감염되어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다.

이제 서두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물론 내가 아닌 저자의 답이다. 왜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가 그렇게 빈곤한 것인가? 유럽은 아프리카에 비해 식량생산 시점과 전파가 빨랐던 것이다.
그럼 또 질문! 왜 유럽이 더 빨랐던 것일까? 역시나 인종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다. 유럽, 즉 유라시아 대륙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에 비해 작물화/가축화할 수 있는 종의 수가 더 많았고 농경문화의 전파를 가로막는 자연 장애물--높은 산맥, 사막 등--이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하였을 뿐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증명을 여기에서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지리학적 지식을 몇줄로 옮길 능력도 없거니와 혹시나 직접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감탄을 미리 희석시키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메인 요리이다. 그런데 이 책 후기에 놓치면 아까울 아주 훌륭한 디저트가 있다. 메인 요리처럼 질문 형식으로 표현해 본다면 "왜 중국이 아닌 유럽인가?"하는 질문이다. 다시말해 "서남아시아와 비슷한 시기에 농업이 시작되었고, 한 때는 과학기술이 유럽보다 더 뛰어났던 중국이 현재 유럽에 뒤처지게된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최적 분열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획일적인 조직보다는 적당히 분열되고 기능이 중복된 조직이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저자의 주장이 맞다면 지금 우리 나라의 살인적인 경쟁을 그리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씁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나도 후기]
이 책은 1998년에 처음 출간되어 그 해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도 1998년에 처음 번역본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왜 지금까지 나는 읽지 못했을까?

유럽 문화의 중심이 최초 농경문화 발생지인 서남아시아에서 그리스를 거쳐 로마 그리고 현재 유럽 중심으로 북상하게 된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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